법원이 배우 윤정희(77·본명 손미자)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가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해 윤씨를 직접 불러 면접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장진영 부장판사는 다음 달 1일 면접조사 기일로 정하고 최근 윤씨에게 조사 기일 소환장을 송달했다고 17일 밝혔다. 면접조사 기일은 법원 소속 조사관이나 청구인이나 사건본인(피성년후견인) 등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번 면접조사 기일의 대상은 사건 본인인 윤씨다. 다만 윤씨가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건강 상태 등에 비춰볼 때 직접 국내 법원 조사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이는 윤씨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44)씨다. 백씨는 작년 10월 28일 서울가정법원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윤정희의 국내 후견인으로 자신을 지정해달라는 취지로 심판을 청구했다. 후견인은 법정대리인 역할을 하며 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신상과 재산, 상속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앞서 백씨는 프랑스 법원에도 자신을 후견인으로 신청해달라고 신청해 11월 3일 후견인으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윤씨의 동생 5명 중 일부가 지난해 윤정희가 프랑스에서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씨로부터 방치됐다고 주장했고, 백건우씨와 딸 진희씨 측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백건우씨 측은 “몇 년 전부터 윤정희씨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하며 연주 여행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요양병원보다는 딸의 아파트 옆집에서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정희씨는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남동생 손모(58)씨는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는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도 참여 의사를 밝혀 정식으로 참가인 자격을 얻었다. 동생들은 프랑스에서 낸 후견인 심판 사건에서도 이의를 제기했으나 프랑스 파리고등법원은 딸 백씨의 손을 들어줬다.
‘윤정희씨 방치’ 주장이 재산 싸움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손씨 측은 “가정사를 사회화시켜 죄송하다”면서도 “동생들을 사기꾼이라고 하거나 재산 때문에 소송을 냈다고 주장하는 것에 크게 모욕감을 느낀다”며 반박한 바 있다.
손씨 측은 “윤정희씨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여의도 아파트 두 채와 예금자산”이라며 “모든 재산의 처분관리권은 사실상 백건우에게, 법률상 후견인인 딸에게 있으며 형제자매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윤정희씨를 위해 충실하게 관리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정희씨가 한국에 올 경우 요양병원에 보내려 한다’는 항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동생들이 힘닿는 데까지 집에서 돌보되 나중에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배우 윤정희씨는 1966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3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여러 차례 받는 등 1960~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인정받았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복귀해, 치매를 앓기 시작한 할머니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대종상·LA비평가협회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