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이 장난?’ 팬 분노에 ‘의리의리한 데이’ 취소한 KIA

입력 2021-05-17 16:20 수정 2021-05-18 20:24
의리의리한 데이 공고(왼쪽)와 KIA 타이거즈의 행사 취소 입장문. 온라인 커뮤니티 및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광주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 KIA 타이거즈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에 신인 선수 행사를 진행하려다가 팬들 비판에 연기했다.

KIA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팬 여러분들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18일 예정된 ‘의리의리한 데이’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당초 KIA는 18일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를 ‘의리의리한 데이’로 정하고, 이날 선발투수 이의리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28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KIA 이의리가 프로데뷔 첫 승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시점이었다. 행사 개최 소식에 KIA 팬 사이에선 ‘5·18이 장난이냐’ 등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오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인 날이다.

KIA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1999년까지 매년 5월 18일에 홈경기를 열지 못했다. 2000년부터 광주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응원단도 앰프를 끄는 등 매년 추모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 때문에 KIA 팬들은 “광주에선 5·18 의미를 아니까 응원 없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나갔는데, 이걸 갑자기 다 엎느냐”며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데뷔한 고졸 신인투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의리는 17일 기준 6경기 1승무패 평균자책점 3.6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신인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며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팬들의 반발은 ‘경기 보이콧’ ‘프런트 퇴진’ 움직임으로까지 번졌다. 많은 팬이 개인 SNS에 ‘기억합니다 5·18. 반대합니다, 의리의리한 데이’ ‘5월 18일 플레이어 데이 행사를 반대합니다’ ‘조계현 OUT’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KIA는 행사를 하루 앞두고 연기를 결정했다. KIA는 “신인 선수에 대한 팬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한 행사였으나, 날짜 선정에 있어 사려 깊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며 추후 적정한 날에 플레이어 데이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KIA 구단 SNS 캡처

그러나 구단의 사과문에도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구단 공식계정에 댓글로 “광주 및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단에서 그 날짜를 ‘사려’까지 해야 죄송한 마음이 든다는 게 할 말을 잃게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 역시 “해당 이벤트가 어떻게 기획됐고 승인됐는지, 책임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 부탁한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