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대비하는 車 부품업계 “정부 맞춤형 지원 절실”

입력 2021-05-17 16:04
현대자동차 전기차 이미지. 현대차 제공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산업 생태계가 바뀌는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과 철강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업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7일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자동차 부품기업의 사업 재편 승인 건수가 총 22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6~2019년 단 2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중견 부품기업을 중심으로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의 사업 재편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친환경차 도입 추진 정책에 따른 것이다.

주요 부품기업 사업재편 사례. 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과 제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500개, 2030년까지 1000개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다는 내용이다. 또 정부는 엔진, 동력전달 등 내연기관 부품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100개 이상의 사업재편·사업전환 희망 기업을 발굴해 연구개발(R&D)·컨설팅·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소·배기온도 센서를 생산하는 우진공업의 경우 수소압력센서를 개발해 미래차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엔진피스톤을 생산하는 동양피스톤은 연료전지 하우징과 스택 부품을, 엔진계 냉각부품을 생산하는 인지컨트롤스는 수소차 열 제어 통합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주력 생산 품목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시트프레임을 생산하는 디에스씨는 전기차 배터리용 버스바와 무선 전력전송 모듈로, 베바스토홀딩스는 선루프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으로 주력 생산 품목을 바꿨다.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모습. 현대차 제공

수소차 COD 히터를 생산하는 유라테크, 수소저장탱크를 생산하는 삼보모터스, 연료전지스택 냉각밸브를 생산하는 엔티엠 등 대형 부품사들은 관련 협력사와 연계해 공동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기도 한다.

한자연은 다만 부품 업계가 코로나19 영향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철강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해 미래차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부품업체들이 산업부의 각종 금융·기술·컨설팅 사업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중장기 미래차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체 규모와 도급 단계, 생산 부문의 특성에 맞게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자연 측은 “1차 부품업체와 2~3차 중소·중견 부품업체가 동반자적인 관계로 함께 미래차 전환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