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급격하게 늘어난 하천 식생(지표에 생육하는 식물의 집단)이 작년 여름 대규모 홍수피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기록적 폭우와 하천 제방 관리 부실, 하천 식생 등 복합적 요인이 수해(水害)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은 17일 “기후변화로 인해 하천 식생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과도한 식생이 증가는 하천 본연의 모습을 변화시켜 홍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연 연구팀은 ‘강우 발생 패턴 변화와 하천 수위 변화가 하천 식생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이번 연구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식생이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한 섬진강의 유역에서는 고달교에서 구례교까지 22㎞ 조사대상 구간의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었다는 것도 파악했다.
김원 건설연 선임연구위원은 “섬진강 유역 하천의 식생은 작년 여름 홍수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댐의 유무, 하천의 규모나 위치에 관계없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거진 나무 등 식생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물이 흐르던 지역이 육지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하천 면적이 줄면 홍수방어능력이 떨어지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천 식생은 지난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영주의 내성천에서는 2011~1017년 사이에 식생 면적이 16.5배나 증가했다. 경기 여주의 청미천은 2010년 이후 6년 동안 갑절 늘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월 강우량 감소로 하천 바닥이 침수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식생이 급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은 “하천 식생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와 더불어 하천 식생을 조절해 원래 하천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