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상무소각장 문화명소로 부활…도서관·복합공간

입력 2021-05-17 13:57 수정 2021-05-17 14:04

광주 상무소각장이 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환골탈태한다. 올해 말 시립도서관을 착공하고 특이한 구조의 다양한 소각시설로는 내년부터 문화중심도시를 상징하는 이색 공간을 만든다.

광주시는 “소각장 부지에 들어설 대형 시립도서관을 12월 착공한다”고 17일 밝혔다. 소각장 공장동 부지 1만1258㎡에 짓는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광주 도심에 산재한 시립도서관 가운데 가장 크다.

392억 원의 국비·시비를 투입해 어린이자료실, 종합자료실, 디지털 자료실, 간행물실 등을 둔다. 시는 오는 9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친 뒤 연내 착공해 2023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국내·외 134개 출작품이 참가해 실시한 국제설계 공모에서 지표면과 소각장 공장동 상층부를 건축미가 빼어난 구조물로 잇는 세르비아 건축가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공장동 부지를 제외한 2만여㎥에는 시민·관광객을 위한 공연장, 전시·체험·소통·공유·협업 공간을 조성한다. 2024년까지 첨단 기술·예술을 접목한 문화체험장, 건강관리실, 경로복지관, 세미나실 등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보기 드문 82.5m 높이의 우람한 소각로, 희뿌연 연기를 내뿜던 굴뚝, 쓰레기 반입공간 등은 문화적 요소를 덧씌운 특화 시설로 거듭 태어난다. 시는 현재 국비 확보 마지막 절차인 행정안전부 투자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상무소각장 문화재생사업 총감독으로 김규랑 문화기획 전문가를 선임했다. 김씨는 그동안 2019세계 수영선수권대회 광주 시티투어 ‘타쇼’와 3·1절 100주년 기념식, 광주시민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에서 뛰어난 기획·연출력을 인정받았다.

1996년 폐기물 처리시설로 설치 승인을 받은 상무소각장은 2000년 9월 713억 원을 들여 완공했으나 악취 등을 우려한 상무지구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1년 넘게 문을 열지 못했다.

집단시위와 법정소송 등 우여곡절 끝에 2001년 말 가동돼 하루 300~400t의 가연성 쓰레기를 처리했으나 이후에도 도심 속 대표적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최소 사용 연한 20년을 채우지 않았지만 도시발전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2016년 말 폐쇄한 이후 방치 중이다.

시는 서울 마포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경기 부천아트벙커 B39와 유사한 방식의 폐 산업시설 활용 문화재생사업을 상무소각장에서 벌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표적 혐오시설이던 상무소각장이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핫플레이스’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