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이야기 세계로 국내에서 단단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해외 작가 2명의 신작 소설이 나란히 도착했다. ‘오베라는 남자’를 쓴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불안한 사람들’과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죄의 궤적’(전 2권)이 그것이다.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 장편 ‘불안한 사람들’
블로거였던 배크만은 첫 소설 ‘오베라는 남자’로 데뷔와 동시에 세계적인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전 세계적으로 1300만부가 팔렸다.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2015년 소설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유머,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따뜻함과 순수함 등은 배크만 소설을 특징 짓는 요소들이다. 신작 ‘불안한 사람들’에서도 배크만 소설의 이런 특징들이 십분 발휘된다.
소설은 어설픈 은행강도와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그의 인질이 돼버린, 여덟 명의 어른들 이야기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 갇힌 이들은 불안과 혼돈 속에서 거짓말과 실수를 연발하며 소동을 벌인다.
작가는 이들의 거짓말과 바보 같은 실수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가면서 그것이 실은 더 잘 살아보려는 의지, 사랑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과 연관된 것이라는 걸 드러낸다.
또 몸은 어른들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다들 불안에 떠는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불안한 사람들이라는 것, 언제든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사랑을 주고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얘기한다.
번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데 나 혼자만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나가는,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인생에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실패감과 공허감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 인터뷰를 전했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의 7년 만의 신작 ‘죄의 궤적’
“일본을 뒤흔든 유괴사건의 전모를 그린다. 그것을 위해 보낸 3년이었다.”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불리는 오쿠다 히데오가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를 들고 돌아왔다. 7년 만의 신작인 ‘죄의 궤적’은 1963년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불우하고 고립된 범인과 이를 추적하는 집념의 형사,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사건과 연관되는 여관 직원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리얼리티와 함께 작가가 역점을 두는 것은 죄의 시작이다. 소설에서 묘사된 범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은 범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사이코패스의 내면은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오쿠다 히데오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한국 소설시장에서 일본 미스터리 소설 붐을 주도해왔다. 그의 작품 중 ‘공중그네’은 국내에서 100만부 넘게 팔렸다. 2006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인 ‘남쪽으로 튀어!’는 임순례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