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곳곳에서 만개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 급증이 눈에 띄고, 1인당 소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던 패션업계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주요 기업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1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매출은 4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고, 지난해 1분기는 영업손실 310억원이었으나 올해 영업이익 210억원을 기록했다.
한섬은 1분기 매출이 3333억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분기보다 22.8% 증가했다(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5%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3149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5%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고가의 해외 패션 매출은 21.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1인당 구매 금액이 상승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매출 신장은 백화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호황에 접어든 것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욕구가 확대되고, 외출 빈도가 잦아지면서 의류 구매의 필요성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실적은 가전이나 가구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패션 부문 매출과 함께 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1분기, 특히 3월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 따르면 패션·잡화 상품군의 매출이 지난해 3월보다 39.5% 증가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 증가율은 63.8%로 급증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아동·스포츠 부문 매출 증가율은 100.9%에 이르고,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3월보다 89.0%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업계 1분기 매출을 합하면 1조651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보다 20%가량 증가했다. 3사의 영업이익은 롯데백화점(1030억원), 신세계백화점(823억원), 현대백화점(76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배 이상 증가했다.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 금액)도 커지는 추세다.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 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진행 중인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객단가가 12%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10~14일 주요 상품군 구매 객단가를 분석한 결과 유아동·출산 상품군의 객단가가 지난해보다 24% 올랐다. 가전·디지털 상품군의 객단가도 15% 증가했다.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 코로나19 시대에 필요성이 높아진 영상가전(30%), 노트북·PC(19%), 모니터·프린터(9%) 등은 고가의 제품들이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소비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