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온 한 시인이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산 채로 불에 타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4일 오후 사가잉 지역 몽유와에서 일어났다. 희생자는 시인으로 활동하던 세인 윈(60)으로 그의 친구이자 목격자인 따잉 아웅이 언론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내 집에서 윈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휘발유를 그의 머리에 붓고 불을 질렀다”며 “나는 소리를 지르고 윈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윈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그날 밤 11시쯤 결국 숨졌다”고 말했다.
윈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세운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오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1998년 민주화운동 때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해 왔으며 지난 2월 쿠데타 이후에는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시위에 참여한 바 있다. 주로 자선단체에서 일했으며 여러 잡지에 시를 기고하며 예술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범인의 신원은 특정됐으나 아직 체포되지는 않은 상태다. 범행 동기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적 원한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일일 보고서를 내 “이런 잔혹 행위들이 반군부 인사들에게 적대적인 테러리스트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 배후에 군부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비교적 소도시에 해당하는 몽유와에서는 쿠데타 이후 최소 9명의 시민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시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가 지난 3월 거리시위 도중 총격에 희생됐다. 또 작품활동을 통해 반군부운동을 벌이던 시인 켓 띠는 최근 군경에 끌려가 신문을 받다가 장기가 사라진 채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켓 띠는 생전 “그들은 우리의 머리를 쏘지만 혁명은 우리 심장에 살아있음을 모른다”는 시를 썼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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