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0개월 앞둔 광주 민심은…국회의원 ‘각자도생‘

입력 2021-05-16 12:29 수정 2021-05-16 20:43

광주 국회의원들은 내년 3월 대선에서 과연 누구를 지지할까.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세 결집이 가속화되면서 ‘광주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향배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1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 내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광주지역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치성향이 강한 민주당 텃밭 광주를 선점하지 않으면 대권고지에 결코 오를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동하는 것이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받기 위한 이른바 광주 민심 쟁탈전이 이어진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가 최근 조직정비와 함께 지지층 결집에 나선 이후 민심을 대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8명의 고심은 더 커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 아성을 지키는 광주 국회의원들이 무작정 한뿌리인 광주·전남 출신을 지지하던 아집을 버렸다는 점이다. 과거 ‘노사모’를 탄생시킨 광주 민심 역시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호남 고립’을 벗어나려면 지역 인물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권 교체’의 고배를 피하려면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광주가 나서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 국회의원 8명도 호남 출신을 획일적으로 지지하던 예전과 다른 각자도생으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출범한 이재명 지지 '민주평화광장'의 출범식에는 민형배, 이형석, 양향자 의원 3등 3명이 참석했다. 이중 민 의원은 올해 들어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경북 안동산인 이 지사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출신 지역이 호오(好惡)나 찬반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가치와 노선을 함께 할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인이 걸어야 할 바른길”이라고 적었다.

전남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전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권에 적절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남지사·국무총리를 지낸 당시 민주당 이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비판한 그의 이 같은 정치 행보에 대해 광주 국회의원이 지역 출신이 아닌 경쟁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형석 의원은 연구재단 ‘광장’을 이끄는 이해찬 전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인연으로 이 지사에 우호적이다. 연구재단 광장의 핵심조직은 이 지사를 지지하는 ‘민주평화광장’에 사실상 통합됐다.

지난 4월까지 여성 최고위원을 지낸 양향자 의원은 ”민주당 예비후보 모두를 지지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실제 외근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모임 출범식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최근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당 대변인에 발탁된 이용빈 의원은 ‘엄정 중립’에 방점을 찍었다. 송영길 신임 당 대표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게 된 그는 내년 대선에 모든 당력을 모아가야 한다는 원칙론에 무게를 실었다.

조오섭 의원은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 전 총리 쪽에 눈길을 두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달 28일 정 전 총리 5.18묘지 참배 때 동행하고 정권 재창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광주 국회의원들의 좌장 역할을 하는 이병훈 의원은 광주일고 선배이자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이낙연 전 대표를 유일하게 돕고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갑석·윤영덕 의원은 ‘정중동’이다. 송갑석 의원은 당직(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누구를 지지할 수 없다며 관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광주 국회의원 8명 중 이재명 2명(민형배 이형석), 정세균 지지 2명(조오섭), 이낙연 1명(이병훈), 관망파 4명(이용빈 송갑석 윤영덕 양향자)으로 분류된다. 광주 국회의원 절반이 민심을 읽어가며 대선 판세를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 국회의원들의 각자도생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차기 대선은 이 경기지사의 1강 구도를 깨기 위해 호남 출신 이·정 전 총리가 끝까지 맞대결하느냐 세력을 규합해 대항마로 나설 것인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와 이·전 총리 등 3명의 유력 대권 주자 중 최소 2명 이상이 5·18 41주년 기념식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이 지사는 호남의 맹주가 되어야 하고, 이 전 총리는 호남이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고 정 전 총리는 호남부터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은 “광주 민심이 한곳으로 모이지 않았다는 현실을 대권 주자들이 주목해야 한다”며 “대권 주자들은 국회의원을 통해 세력을 키우려 할 것이고 국회의원들은 대선 기여도에 따라 향후 정치적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만큼 촘촘히 민심을 헤아려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