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1. 남혐 말하는 이대남, 그 목소리의 정체
2. 그들의 진짜 속마음
3. 커뮤니티 젠더 전쟁
4. 정치권의 이대남 사용법
5. 반복되는 젠더 혐오, 진짜 문제는
1. 남혐 말하는 이대남, 그 목소리의 정체
2. 그들의 진짜 속마음
3. 커뮤니티 젠더 전쟁
4. 정치권의 이대남 사용법
5. 반복되는 젠더 혐오, 진짜 문제는
“대학 생활하면서 역차별 당한 경험은 없는 것 같아. 다만 뉴스를 보면 머지않아(?) 역차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 역차별이 사회 전반으로 넓혀져 가는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해.” (23세, ‘보수정당 지지남’)
“내 사회 경험에 비춰봤을 때 느낀 점은, 분명히 기업은 남성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어. 뽑히고 나서 팀장님이나 파트장님이 아예 여자는 서류에서 다 떨어뜨렸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놀란 적도 있어. 회사 내에서도 육아는 당연히 여자의 몫이 크다는 인식이 강해서 육아휴직을 남성이 쓰는 경우는 못 봤어. 그만큼 커리어 측면에서 여성이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는 거겠지?”(29세, ‘남초회사직딩’)
20대 남성들은 스스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20대 남성도 기득권’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온 사회가 ‘이대남’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이대남들은 속마음을 꺼내놓을 기회가 없었다.
국민일보는 20대 남성 10명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모여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대화는 오후 7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됐다. 참여자는 방금 퇴근한 20대 후반 직장인부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20대 초반의 ‘미필’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솔직한 속마음을 듣기 위해 대화방 속 이름은 실명 대신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별명을 지어 대체했다.
10명 중 8명 “남성 역차별 없다”…“여성 차별도 없다” 인식
대화에 참여한 10명 중 8명은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이들은 20대 여성이 받는 차별도 없다고 생각했다. 개별적인 사례에선 남성 역차별로 느낄 만한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진로나 취업 관련 분야에서 특히 그랬다.
역차별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원생’(28)은 “여성도 차별을 받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할 거로 생각하고 결과적으로는 남자만 차별 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라고 말했다. 그는 일상 속 구체적인 사례에서 남성도 차별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지금 공대에 재학 중이고, 공대 관련 정책들로 역차별이 생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라며 ‘교수 및 공학인 여성 할당제’를 꼽았다.
역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미필걱정남’(23)은 “역차별이 만연해 있다기보다는 역차별을 받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라며 “여대에 있는 의대, 약대, 로스쿨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라고 했다.
‘10년차 요리사’(28)는 “큰 건 없지만 일을 하면서 몇 번 역차별을 당해봤던 것 같아”라면서 “네가 남자니까 더 해라, 남자니까 안 쉬고 더할 수 있잖아, 같은 거”라고 얘기했다.
20대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보였다. 과거에 비해 여성 차별이 많이 사라졌으니 20대 여성이 받는 차별도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복학생 이대남’(24)은 “지금까지 대학생활하며 성별로 차별받는 20대 여성의 경험은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 물론 아직 직장이나 사회에선 그런 차별이 존재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준비생’(24)도 “철저한 능력주의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해. 특정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자신이 갖췄다면,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사회 말이야”라며 “취업이든 진학이든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두진 않는다고 봐”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들은 20대 여성들이 기회의 평등에선 차별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반면 여성차별이 아직 존재한다고 답한 20대 후반 남성 두 명은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20대 남성은 기득권? 20대 후반 “그렇다” vs 20대 초반 “아니다”
‘20대 남성도 기득권’이라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 남성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으나 20대 후반 남성들은 대체로 “동의한다”고 대답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로스쿨 준비생’은 “20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뭔가 실익이 있었다는 걸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아”라면서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에도 남자만 뽑는 곳이 있는 반면 여자만 뽑는 곳도 만만치 않게 많단 말이야”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20대 초반인 ‘미필걱정남’도 “20대 남성이 기득권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매우 힘들어”라며 “단순히 남성이 여성보다 기득권이라고 한다면 동의할 순 있겠지만, 졸업과 입대와 취업준비를 차례로 앞둔 내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워)”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29세인 ‘남초회사직딩’은 “나는 사회에서 20대 여성이 받는 차별이 아직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 성별인 20대 남성이 가지는 기회나 권력이 더 크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27세 ‘막학기 석사준비생’도 “기성세대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해서 혜택을 안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라며 “남성이란 성별로 사회에 몸을 담는다면 기득권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라고 했다.
“페미니즘, 여성우월주의는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부분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성의 이익만 내세우는 것 같다’거나 ‘남성을 공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였다.
10명 중 7명은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지 특정 성별을 위한 운동 혹은 사상은 아니라 생각”(‘복학생 이대남’)하거나 “여전히 해소해야 할 차별들은 존재한다고 생각”(‘남초회사직딩’)한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남녀 모두가 불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 한 번도 남성이 이런 부분에서 불리하다고 말하지 않고, 여성이 불리한 부분만 얘기”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성평등이 아닌 여성의 이득을 위해서만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이 들어”라며 “성평등을 추구한다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해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국 남자’의 줄임말로, 주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는 ‘한남’이라는 용어엔 대부분 거부감을 보였다. “한국 남자를 싸잡아 비난하는 데 쓰이는 말이라 ‘김치녀’라는 말과 유사하다”(‘미필걱정남’)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대부분 ‘남혐’의 상징 메갈리아와 ‘여혐’을 벌여온 일베가 똑같다고 생각했다.
‘군대는 0000이다’ 질문하니…“경력단절” “손해막심” “2년증발”
군대 문제에 대해선 하나같이 ‘시간 낭비’라는 반응을 내놨다. 가장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도 군대 문제를 꼽았다. 이들은 모두 군 생활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그 형태가 꼭 가산점 제도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남초회사직딩’(29)과 ‘소시생’(24)은 “군 가산점이 아니더라도 보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보수정당 지지남’(23)은 “군 가산점 부활보단 좀 더 실질적인 (보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필걱정남’은 “군 가산점 폐지 이유 중 하나였던 ‘모든 군필 남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은 나도 동의해”라며 “군 가산점 제도 자체는 회의적이지만, 길게는 1년9개월이라는 시간에 상응하는 포괄적인 보상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은 ‘진로 걱정’, 20대 후반은 ‘집 걱정’
이대남들의 고민은 대체로 비슷했다. 20대 초반이 진로 및 취업 문제를 가장 고민한다면, 20대 후반은 부동산 문제를 조금 더 고민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복학생 이대남’은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공시(공무원 시험)를 해야 하나, NCS(국가직무능력표준·주로 공기업 입사 시험을 지칭)를 할까. 아니면 대학원으로 도망칠까. 어떻게 밥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며 “주식이나 부동산 등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방법을 찾는 중인데…”라고 털어놨다. ‘보수정당 지지남’도 “진로 고민이 제일 커”라며 “부모님도 부양해야 하고, 소중한 사람들도 잘 가꿔야 하고, 이상과 현실의 적당한 중심점도 잡아야만 하니 어떤 곳으로 나아가는 게 현명하냐는 고민을 많이 해”라고 속내를 비쳤다.
‘대학원생’은 “이제 곧 30대를 바라보고 있어서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도 꾸려야 할 텐데 과연 내가 직장 근처에, 내가 원하는 곳에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제일 커”라며 “나름 10대부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내 집 마련’ 하나 제대로 못 한 남자가 결혼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지”라고 고민을 꺼냈다. 또 “힘들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추후에 인구감소로 집값이 폭락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도 들고”라며 오르내리는 집값에 심경이 복잡해진다고 했다.
‘남초회사직딩’도 “난 직장인이다 보니 집과 관련된 고민이 제일 커”라며 “언제 돈을 모아서 언제 집을 살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야”라고 전했다.
"20대 남성 위한 정책? 20대 위한 정책 자체가 부족해"
‘20대 남성을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답변이 나뉘었다. 다만 “남성뿐 아니라 20대 전체를 위한 정책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막학기 석사준비생’(27)은 “남성에게 부족한 정책이 있다고 생각은 안 해”라면서도 “남녀 통틀어 그냥 20대를 위한 정책은 부족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복학생 이대남’도 “그 의견에 동의해”라면서 “20대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은 늘 군소정당인 것 같고, 주류정당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 같아”라고 평했다. ‘미필걱정남’ 역시 “‘청년’이라는 범주에서 진행되는 정책들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 일반적으로 체감 가능한 건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정도?”라고 했다.
“특정 성별 피해주는 정책은 싫다…모든 청년 위한 정책 내놨으면”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청년 정책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청했다. 뜻밖에도 이들은 ‘20대 남성에게만 유리한 정책은 싫으니, 모든 청년을 위한 정책을 내 달라’고 했다. 20대 남성을 위한다면서 여성이나 다른 세대에 피해를 주는 건 싫다는 것이다.
‘소시생’은 “20대 남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20대 모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책을 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대학생’(24)도 “20대를 위한 정책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특정 성별에 집중되거나 다른 세대에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라고 했다. ‘남초회사직딩’도 “이대남뿐만 아니라 20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김승연 김아현 양재영 황금주 인턴기자
[이대남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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