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기아가 ‘2021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6승2패(그룹 스테이지 5승1패, 럼블 스테이지 1승1패)로 좋은 편이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세계 챔피언’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벌써 비관론을 펼칠 이유는 없다. 대회는 이제 막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럼블 스테이지는 6개 팀 중 상위 4개 팀을 가리는 단계다. 담원 기아가 여태까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게임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상위권 수준이다.
담원 기아에 필요한 건 시간이다. 이번 대회는 11.9패치 버전으로 진행된다. 이 패치는 4월 말 라이브 서버에 적용됐다. 지금은 여전히 챔피언의 티어 정리, 특정 챔피언 간 맞대결에 대한 유불리 해석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을 시기다. 그리고 담원 기아의 강점은 ‘구도’에 대한 정확한 해석에 있다. 이 강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11.9패치 적용 이후 럼블, 모르가나, 리 신 등 여러 챔피언의 최적 포지션이 바뀌었다. 우디르와 노틸러스는 관계자들의 대회 개막 전 예상보다 높은 티어로 분류되고 있다. 많은 변수가 새로 생겼다. 아직은 스크림 등을 통해 쌓은 데이터가 담원 기아만의 강점을 살리기에는 부족한 수준일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 럼블 스테이지에서 몇 번의 패배를 더 추가할 수도 있다.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LCK에 가장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긴 두 팀, 2018년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은 그해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7승3패를 했다. 2019년 G2 e스포츠(유럽)는 5승5패를 했다. 담원 기아도 더 져도 된다. 다만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무리하게 시야를 장악하다가 죽었으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드래곤을 사냥하다가 진형이 무너졌으면, 앞으로는 더 정교하게 진형을 짜야 한다. 노틸러스와 럼블의 궁극기 연계가 어설펐다면, 더 연습해서 갈고 닦아야 한다. 무리한 요구일까? 이들은 이미 작년 가을 중국 상하이에서 그런 일들을 해냈다. 올해도 응당 해낼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