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성 짓밟아”…정인이 양모 ‘무기징역’, 양부 징역 5년

입력 2021-05-14 16:12
시민들이 14일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사망케 한 양모 장모(35)씨에게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 안모(37)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4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선고 공판에서 주된 범죄사실인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청구는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장씨는 정인이를 상습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한 충격을 가한 적은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최소 2회 이상 발로 밟아 강한 둔력을 가하는 등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피해자의 사망 당일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방어 능력이 없는 16개월 아이의 복부를 강하게 밟으면 치명적인 손상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는) 폭행 후 119에 신고하지 않았고, 병원으로 데려가는 등의 치료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동학대 등의 혐의를 받는 안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던 안씨는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장씨의 학대를 제지하거나 적절한 구호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의 치료 권고 등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마저 저버렸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법정구속 전 “죄를 달게 받겠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첫째 딸을 위해 2심 선고를 받기 전까지 사유를 참작해달라”고 호소해 향후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