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말을 사랑했던 유라야” 최순실, 일간지 투고

입력 2021-05-14 15:20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65)와 딸 정유라씨. 국민일보DB, 뉴시스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65)가 ‘사랑하는 딸 정유라에게’라는 글을 문화일보에 투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14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유라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최씨는 “평소 문화일보 ‘사랑합니다’난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딸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투고 취지를 밝혔다. 문화일보는 독자투고란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사랑합니다’를 통해 독자의 사연을 지면에 담고 있다.

최씨는 투고한 글에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부정입학이 드러나 ‘중졸’이 된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최씨는 “유라야! 넌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말을 사랑하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던 아이였다”며 펜을 들었다.

그는 “너에게 상처만 준 나쁜 어른들 때문에 그 좋아하던 말을 못 타게 됐다”며 “네가 사랑하고, 노력해왔던 말들을 떠나보내면서 얼마나 서럽고 아팠겠니! 그래도 엄마는 우리 딸이 자랑스럽단다”고 위로했다.

정유라씨가 독일 현지 실내 승마연습장에서 말을 타고 있다. 함께 있는 이는 코치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노승일씨 제공

최씨는 과거 정씨가 한 승마대회에 출전해 다쳤던 일화를 소개하며 딸의 부정입학을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언젠가 과천에서 시합 때 말이 놀라 뛰어다니는 바람에 떨어져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너는 너의 말을 찾았지”라며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시합을 보기 위해 일어서는 너의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단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네가. 그래도 살아있어 주고 버티고 있어 줘서 감사하다”며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힘겹게 아이들을 키우는 너의 강인함에 가슴이 아프단다.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씨는 딸과 손주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의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딸! 언젠가 네가 사랑하는 말들과 다시 만나 훨훨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가혹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버텨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씨의 투고 소식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글을 지면에 올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문화일보는 최순실 투고를 두고 내부에서 견해가 엇갈렸지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지면에 싣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이날 지면을 통해 “본보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표현의 자유와 권리의 인정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고 내용 중 ‘국가대표를 허망하게 빼앗겼다’ 등 사실이 아닌 주장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게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쁜 어른’ ‘못된 어른’ 표현 등은 국정농단 사건의 통점을 바꾸는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