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의 선고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편 안모씨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정서적 학대행위)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이날 재판부는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자신의 발로 강하게 피해자의 복부를 밟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만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부검의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아동학대) 피해자 가운데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신의) 손상이 심각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입양된 후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잔혹한 정신적, 신체적 가해행위로 가늠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과 공포심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장씨는 보호와 양육의 대상인 피해자를 오히려 학대 대상으로 삼다가 생명마저 앗아갔다”면서 “범행의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만 삼아 신체·정서적 학대행위를 일삼다가 살해의 대상으로 간 것”이라며 “헌법상 누구에게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안씨에 대해서는 “장씨와 관련해 이미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면밀히 보살피지 않았다”며 “학대를 방관한 것으로 보여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장씨의 학대 행위를 제재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음에도 거부함으로써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버린 점을 고려하면 보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정구속했다. 안씨는 이와 관련해 “정말 드릴 말씀이 없고 죄송하지만 저희 첫째를 위해서도 2심을 받기 전까지는 살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안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장씨는 정인이를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이는 장씨의 학대로 인해 골절상,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