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세계 각국의 특색있는 정원들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간 펼쳐진다. 손기정체육공원, 만리동광장, 중림동 일대에 조성된 정원들은 코로나19로 답답한 시민들에게 힐링과 휴식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14일 오세훈 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서양호 중구청장, 외교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을 개최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한 곳에서 집중 개최하는 대신 장소를 다양하게 분산해 집 근처 생활권에서도 즐길 수 있다. 7개국 총 58개 정원이 시민들에게 녹색 힐링을 선사한다. 이중 27개 정원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 유지한다.
올해 ‘정원박람회’는 ‘정원을 연결하다, 일상을 생각하다(Link Garden, Think Life)’를 주제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특히 국내 작가 중심이었던 ‘작가정원’ 참여 작가를 처음으로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등 국제 행사로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으로는 세계적인 조경가 앤드류 그랜트(Andrew Grant)가 선보이는 ‘해외 초청정원’(남대문로문화공원), 국내‧외 7개국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정원’(손기정체육공원), 동네정원사들이 만든 ‘동네정원’(중림동 일대), 서울 거주 외국인가족이 꾸민 ‘세계가족정원’(만리동광장) 등을 만날 수 있다.
해외 초청정원은 싱가포르의 ‘가든스바이더베이’(Gardens by the Bay)를 설계한 세계적인 조경가로, 글로벌 조경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앤드류 그랜트가 참여한다. ‘덩굴의 그물망(The Vine’s Web)’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덩굴을 조형적으로 재현한 정원을 150㎡ 규모로 선보인다. 덩굴의 그물망이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과 연결된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선형의 구조물은 인간과 자연, 도시와 정원 사이의 뗄 수 없는 공생 관계로 재해석한다.
작가정원은 정원박람회의 하이라이트다. 올해는 세계 각국 작가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전시정원을 선보인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한 국제공모에는 19개국 총 80개 팀(국내 50팀, 해외 30팀)이 참가했으며 올해는 심사를 거쳐 이중 5개 팀(국내 2팀, 해외 3팀)이 최종 선정됐다.
‘정원을 연결하다, 일상을 생각하다’라는 올해 박람회 주제에 맞게 ‘상생’의 메시지를 전하는 정원들이 기획됐다. 정원이 조성되는 장소의 의미에 충실한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5개 정원은 모두 정원박람회 종료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존치된다. The Pink Island는 만리재로에서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올라가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정원이다. 테오 히달고 나체(스페인)와 데이비드 바르디(영국)가 조성한 이 정원에서는 커다란 루프 모양의 조형물을 중심으로 꽃댕강나무, 수크령, 병꽃나무, 아스틸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분홍색 식물을 만나 볼 수 있다. ‘기층(基層)+꿰다’는 이반 발린(미국)과 나탈리라 이체베리(콜롬비아)가 만든 작품으로, 정형화된 플랜터 대신 한국의 ‘보자기’ 개념을 적용한 섬유 플랜터가 눈길을 끈다. 다공성 천이 수분과 산소를 활발히 교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라스틱이나 토분처럼 모양이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흙을 채우며 모양을 잡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작가는 실제로 이 플랜터 위에 앉거나 기대는 등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정원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Empathy Park(공감정원)는 지거 댈런버그(네덜란드)와 쿠엔티 오브리(프랑스)가 참여했다. 도시농부를 위한 과수원, 벌을 위한 쉼터, 새모이통, 소동물 생태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들의 동선을 패턴화하고 겹치는 모양새를 정원으로 조성해 각 존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상호간 교류를 도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정원을 작동시키고 이 연결고리를 겹쳐 새로운 도시 지도를 생성하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다.
중림동 일대에는 학생, 시민, 국내 작가 등이 참여한 학생정원(5개소)과 동네정원(16개소) 등이 조성됐다. 이들 공원은 정원박람회 종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존치된다. 특히 만리동광장에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 가족 20팀이 만든 ‘세계가족정원’을 만날 수 있다. 몽골, 캐나다, 인도, 프랑스 등 14개 국의 다양한 국적의 가족들이 참가해 지난 8일~9일 각국의 특색이 담긴 다양한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영화, 카페 등을 모티브로 한 10개의 팝업가든(만리동광장 5개소, 손기정체육공원 5개소)도 조성됐다.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는 국내 100여 개 정원 관련 업체가 참여하는 ‘정원산업전’, 시민들이 서울시 곳곳에 숨겨진 정원을 추천‧공유하는 ‘서울정원여지도’가 열린다. 홈페이지(https://festival.seoul.go.kr/garden)에서 참여할 수 있다. 정원 작품과 정원 조성과정 등을 담은 영상기록물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특히 ‘정원산업전’은 기존에 대규모 장소에 부스를 설치하는 방식 대신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열린다. 국내 100여 개 기업의 600여 제품을 통해 국내 정원산업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원산업전은 정원용품전, 정원시설물전, 해외산업전 등으로 진행된다. 만리동광장에서 모델정원 2곳도 볼 수 있다. 모델정원 시공과정은 영상으로 공유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정원박람회를 즐길 수 있도록 다수가 모이는 해설 프로그램을 생략하고, 개별관람 중심으로 운영한다. 대면 접촉 최소화를 위해 종이 대신 QR 방식의 모바일 가이드북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크고 작은 녹색정원과 세계 각국의 정원문화를 느낄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와 힐링이 되고, 서울의 정원문화와 조경산업이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