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며 시민단체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14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총 8권의 판매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13일자로 기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일성 회고록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해서 이를 판매, 배포하는 행위가 채권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거나 그 판매와 배포의 금지를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자유민주주의연대(NPK) 등 시민단체와 개인들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된 김일성 일가를 미화한 책이 판매·배포되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채권자들은 주로 자신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일반인들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써 채권자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하여 이와 같은 신청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NPK 등은 지난 13일 법원 판단 이후 곧바로 항고장을 제출했다. 또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도 이날 판매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새롭게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자를 대리한 도태우 변호사는 “1급 전범 책임자를 거짓으로 우상화한 책을 합법으로 가장하여 판매, 배포하는 것은 납북자 직계후손의 명예와 인간 존엄성을 포함한 인격권을 짓밟는 행위로 사법상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