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사고 원청 사과에…유족·대책위 “사과 모양만 갖추려 해”

입력 2021-05-13 18:30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입구에서 주식회사 '동방' 관계자들이 지난달 발생한 고(故) 이선호 씨의 산재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2021.5.12. 연합뉴스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 중 사망한 대학생 고(故) 이선호씨 유가족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대책위원회(대책위)가 13일 원청업체 동방의 20일 늦은 사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책위는 12일 오후 11시쯤 ‘동방의 사과 기자회견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동방의 자체감사 결과 보고와 유족에 대한 직접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채 열린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대책위는 “동방이 기자회견문의 첫 문단에서 업무통폐합, 체계 없는 업무환경으로 인한 구조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라고 마치 일상적으로 일을 하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사과의 모양만 갖추려는 행태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미흡한 점을 찾아 구체적인 개선과 재발방지를 대책을 마련하여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족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과의 진정성을 받아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사과와 합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족함으로 받아들인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상황에서 보상 문제를 거론하는 건 보여주기 식이다”, “청년들이 산재로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씨가 속한 하청업체의 원청인 동방 관계자 20여명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성경민 동방 대표이사는 “한 가족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던 청년이 평택항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의 고통과 슬픔 앞에 정중한 위로와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성 대표는 작업 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재점검하겠다며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 등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선호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 10분께 경기도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조각 등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이씨가 일하던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신호수 등이 없어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