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어머니를 둔 중학생을 겨냥해 혐한 게시물을 올린 일본인 블로거에게 법원이 130만엔(약 1343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4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고등재판소(고법)는 지난 12일 나카네 네오(中根寧生·18)씨가 혐한 게시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오이타(大分)시에 거주하는 남성 A씨(68)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130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월 당시 중학생이던 나카네씨를 다룬 신문기사를 인용하면서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을 의미)라는 악성 외래 기생생물종’ ‘멍청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너희들 불령조선인’ ‘겉모습도 속도 추악한 조선인’ 등의 표현을 올려 재일 한국인을 멸시·비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카네씨는 음악 행사를 다룬 기사에 소개됐었다. 이 기사에 혐한 표현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나카네씨는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통신업자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게시자를 특정한 뒤 모욕죄로 고소했다. 당시 재판에선 9000엔(약 9만3000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지는 데 그쳤다.
이에 나카네씨는 명예훼손, 모욕, 차별에 의한 인격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2019년 3월 이 남성을 상대로 300만엔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저한 모욕과 인격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배상금 91만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중학교 3학년이라는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였고 정신적 고통이 커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며 배상금 증액을 명령했다.
나카네 씨는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익명의 비겁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발언함으로써 차별적인 공격을 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누가 보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교 생활이 정말 불안했다. 정말 상처받았다. 재판에서 차별을 설명하는 것이 가슴을 옥죄는 것처럼 괴로웠다. 재판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구제받는 제도를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카네씨의 소송을 대리한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적어도 해석상 차별 자체가 위법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을 발판으로 삼아 원칙적으로 차별은 위법이라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