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수사팀이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이현철 서울고검 검사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2019년 6월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과정을 수사하려 할 때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외에 법무부와 안양지청 지휘부의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사건 내용을 검토한 뒤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3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전날 윤 부원장 등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법 25조2항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부원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의 출금 정보가 유출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출금 조처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려 하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윤 부원장은 본인에 대한 언론보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불법 출금을 지시하고 수사를 저지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전혀 다른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결국 이첩을 결정했다.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부원장이 해당 사안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반부패강력부 관계자가 당시 윤 국장 지시로 안양지청으로부터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조사 경위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 전달했고, 이후 안양지청으로부터 의혹이 해소돼 수사 진행 계획이 없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결국 외압을 가한 것은 윤 부원장과 안양지청 수뇌부라는 의미다. 당시 안양지청 수뇌부였던 배 지검장과 이 검사는 수사팀에 대검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의 ‘유보부 이첩’ 조항을 두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조항에 대해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로부터 이첩받은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에 대해선 40일 넘도록 직접 수사나 이첩 등의 처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건의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윤 부원장 사건 등은 수원지검이 처리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공수처는 신임 검사 6명의 법무연수원 위탁 교육이 예정돼 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기록 확보 후 사건분석 등 세밀한 검토가 이어질 것”이라며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사건의 내용은 어떠한지 등을 검토한 후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