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전 오너가 최근 횡령 혐의를 받고 연이어 구속됐다. 두 전 오너 모두 기업 경영에서는 손을 뗀 상태지만 회사의 매각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8일 이스타항공과 관련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구속되고 보름만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고,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13일, 늦어도 14일에는 인수 희망 업체와 M&A를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익이 경영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이 파산에도 이른다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경영 의사 결정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도 다시금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말 스위스 게이트그룹과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겨주는 계약을 맺었고, 게이트그룹은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그러나 거래가 지연되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된 금호고속은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의 총 9개 계열사에서 담보 없이 저금리로 1306억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금호고속은 약 169억원의 이자 차익을 얻고, 박 전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약 79억원의 부당 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이 같은 혐의 내용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부실을 초래했다고 본다. 금호그룹을 재건하는 한편 그룹 지배력도 높이기 위해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부당하게 이용하면서 계열사들이 경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누적된 부실 경영으로 자체 회생 불가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2019년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났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진행하던 인수 협상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무산되면서 다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는 6월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2015년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100억여원에 매도해 이스타항공에 430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의원은 같은 해 새만금관광개발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392만주(약 400억원)를 80억원에 매도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이 의원은 2012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그 이후에도 이 의원이 회사 운영에 관여하며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조종사 노조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 외에도 이 의원이 170억원의 횡령·배임을 했다며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은 2019년 제주항공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고, 지난 1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한동안 난항을 겪던 이스타항공의 매각은 이날 인수 희망 업체를 선정하면서 꼬였던 매듭이 조금씩 풀리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법원에 계약 승인 신청을 하고 다음주 초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항공사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매각까지 가게 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경영자들이 ‘경영을 잘못하면 언제든 M&A가 이뤄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국내에선 민간항공의 파산과 M&A가 한 번도 없었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빈번했다. 모든 플레이어를 보호할 순 없는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나, 이스타의 M&A가 직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