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기본소득할 돈으로 공공주택 20만채 짓겠다… 윤석열 쉽게 무너질 것”

입력 2021-05-13 17:25 수정 2021-05-13 17:30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권에서 두 번째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양승조 충남지사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면 연간 51조원이 들어가는데, 기본소득으로 청년 문제가 해소되겠느냐”고 말했다. ‘충청 대망론 적임자’를 내세운 양 지사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돈이 있으면 저는 ‘더 행복한 주택’ 20만채를 짓겠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더 행복한 주택은’ 충남도가 추진 중인 공공주택사업으로 82.6㎡(25평) 기준 주택을 보증금 5000만원, 월 임대료 15만원에 공공임대하는 사업이다. 양 지사는 야권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대선에 출마하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공주택을 매년 20만채씩 짓겠다고 했다.
“영국은 공공주택비율이 18% 정도다. 약 20% 정도가 공공주택이라면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적어도 주택은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최소한 주거지를 가질 수 있게 해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공공주택을 매년 20만채씩 15년에 걸쳐 300만채 공급하자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건가.
“충남에서 시행하는 ‘더 행복한 주택’이라는 사업이 있다. 25평형 주택의 보증금이 5000만원, 월 임대료가 15만원이다. 입지도 좋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으로 25만원씩 4번 주겠다는데, 그러면 연간 100만원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170만인데 그러면 51조원이 든다. 더 행복한 주택을 짓는데 한채당 평균 2억원 조금 넘게 들어간다. 연간 51조원을 제게 준다면 이런 공공주택 20만채를 지을 수 있다. 매월 10만원씩 나눠주는 것보다 100배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2억원으로 서울에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나.
“이걸 왜 서울에 짓나. 나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에도 반대하는 사람이다. 서울에 지으면 또 수도권 집중현상이 벌어져서 안 된다. 이미 국민의 50%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대규모 공공주택을 서울에 지으면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그럼 어디에 짓나.
“서울에서 철도나 고속도로로 1시간 이내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지으면 된다. 예를 들어 충남 천안이나 아산, 충북 진천이나 강원 원주 정도. 전 국민에게 매월 10만원씩 주지 말고, 차라리 이런 곳으로 이사 가는 국민에게 유류비를 보전해주는 것이 훨씬 나은 정책이다.”

-부동산 보유세 논란이 한창인데.
“과도한 보유세는 문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만약 15억원을 주고 산 사람이면 종합부동산세를 낼 것으로 알고 산 사람이니 세금을 물리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미실현 이익에 대해 갑자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화가 나지 않겠나. 따라서 재산세나 보유세는 과세 시준을 취득 시점으로 하면 상당한 문제가 해소된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결과적으로 썩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집값을 잡는 것도,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선의를 갖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선의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회적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 해소다. 충남은 양극화해소위원회를 만들고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해 왔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모두 뛰어나신 분들이지만 이런 시대정신과 대한민국의 절박한 문제 해결에는 내가 적임자다.”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될 텐데.
“신성장동력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구조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1%의 대기업이 임금근로자 10%를 고용하지만 99%의 중소기업은 임금근로자 90%의 고용을 담당한다. 그런데 임금 차이가 2배 넘게 나니 어디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가 됐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을 강화하고,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재정을 투입해 임금근로자 전반의 생활 수준을 높여야 한다. EITC에 들어가는 돈은 기본소득에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가 이슈다.
“모병제는 시기상조다. 군대의 질적 저하를 감당하기 어렵고, 양질의 인력을 채용하려면 돈이 엄청 들어간다. 하지만 남녀평등복무제는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전투병과가 아닌, 여성들이 군복무할 수 있는 적합한 분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사들의 군 복무기간 단축에도 반대한다.”

-대선 후보 경선연기론에 대한 입장은.
“후보가 얘기할 주제가 아니다. 룰이 부적절하다면 심판이나 제3자가 정할 문제다. 경선 규칙을 정하는 것은 당의 몫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윤 전 총장 본인이 충청 대망론의 적임자라고 스스로 말한 바 없다. 이분은 한 번도 충청권에서 생활한 적도 없고, 충청권을 위해 헌신하거나 봉사한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이 충청 대망론을 이야기할 수 있나. 검사로서는 훌륭한 분이지만,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