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자진사퇴’ 靑 양보 끌어낸 송영길호 지도부…당내 갈등 봉합은 숙제

입력 2021-05-13 17:22

청와대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최근 인사청문 과정에서 고조되던 당청 간 긴장관계가 일부 해소됐다. 당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는 모습을 연출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남은 두 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단독 채택에 나설 명분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돌출한 초·재선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 의원 사이의 갈등 봉합은 숙제로 남았다.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13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가 당의 입장을 고려해 한발 양보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포함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하며 임명강행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 명 중 한 명은 낙마시키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지도부 역시 이런 의견들을 여과 없이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양보를 구하는 상황이 되자 청와대도 강경입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고심 끝에 결정하신 걸로 안다”며 “(세 후보자를) 다 통과시키기는 어렵다는 민심과 지도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들이 송영길 지도부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모양새다. 야당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절차를 연계하고 나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낙마 대상으로 거론되던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 중 상대적으로 흠결이 덜했던 박 후보자를 지목한 것을 두고는 공직자 여성 할당 문제가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임 후보자를 지명하며 여성 장관 숫자를 4명으로 늘렸다. 현재 국무위원 18명 중 여성 장관은 임 후보자를 포함해 22%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30%에 미치지 못한다. 임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여성 장관 비율은 16%로 떨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성별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했다.

박 후보자 낙마로 민주당은 나머지 두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야당을 다시 테이블로 불러낼 명분을 확보했다. 야당의 반발과 민심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볼 여지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너무 빨리 패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야당이 세 후보자 모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 명이 자진사퇴를 하게 되면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서도 사퇴를 받아내라는 식으로 나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당내 갈등도 문제다. 친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여당 초선의원 모임의 입장과 관련해 “최소 1명은 부적격이라는 표현이 아쉽고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보수언론과 야당이 안 된다고 하니 1명 정도 탈락시키자는 접근은 옳지 않다”고 거들었다. 친문계가 초·재선 의원들의 ‘항명 움직임’을 제압하려 나서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어떤 후보가 부적격한지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의견이 저마다 달라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