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문 대통령께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박 원장이 스가 총리를 예방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 원장이 ‘한·일 관계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 대통령의 구두 친서를 스가 총리에게 전달했고, 스가 총리도 이에 동의하면서 ‘문 대통령께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악화한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두 정상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또 “‘한·일 정상회담을 하루빨리 개최해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박 원장의 말에 스가 총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6개월 전 예방 때와 달리 스가 총리의 표정도 밝았고, 박 원장 말에 파안대소하기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11월 스가 총리를 만나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일각에선 다음 달 영국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국이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만큼 한·일 양국 모두 관계 개선에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 일본의 유력 정치인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뒤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정치인으로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상, 기시 노부오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이 거론된다. 박 원장은 이번 방일 기간 동안 스가 총리를 비롯해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을 만났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