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아동학대 피해자… 청주 중학생 2명 극단 선택

입력 2021-05-13 15:00 수정 2021-05-13 15:47

충북 청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 2명이 각각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여학생 중 한명은 지난 2월 부모와 함께 경찰에 성범죄 피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여학생은 수년 전부터 한 남성에게 성범죄를 당해왔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여학생은 아동학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학대 피해 의심 정황을 인지하고 자치단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합동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청주의 각기 다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지난 1월부터 관련 상담기관에서 심리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과 아동학대 가해자가 동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대부분 아이를 돌봐야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인 만큼 친부모를 비롯한 계부, 계모, 친인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오후 5시11분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화단에서 중학교 2학년 A양과 B양이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이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모두 숨졌다. 현장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숨진 여중생 중 한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한 남성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2차례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에 대한 구속영장은 2차례 모두 기각됐다”며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명확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 등의 죽음이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숨진 학생의 한 학교 관계자는 “지난주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도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근거 없는 소문이나 추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