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을 주도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달랑 트윗 하나로 전 세계 가상화폐판을 흔들면서 개미 투자자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불과 이틀 전 트위터에 도지코인 결제 도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올렸던 머스크가 테슬라 차량 구매 시 허용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갑자기 중단한다고 선언한 탓이다. 머스크의 한 마디에 가상화폐의 등락이 좌우되는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머스크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차량 구매 시 허용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결제 방식을 도입한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머스크가 앞세운 중단 이유는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화석연료가 급속히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가상 화폐는 여러 면에서 좋은 생각이고, 우리는 가상화폐가 유망한 미래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환경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 경우 다시 결제 방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날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코인 채굴방식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기차 소비자들 입장에선 향후 코인을 활용한 결제 방식의 재도입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간 ‘코인 광풍’을 주도해왔던 머스크는 가상화폐를 맘대로 주무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며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불을 붙였다. 지난 3월에는 전기차 구매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머스크가 가상화폐 관련 언급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머스크는 지난 11일만 해도 트위터에 “테슬라가 도지코인 결제를 도입하길 원하냐?”는 찬반 투표를 올리며 ‘코인 광풍’을 부추겼다. 이 투표에는 392만2516명이 참여했고, 78.2%가 찬성 표를 던졌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이날 머스크의 한 마디에 일제히 폭락을 겪었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67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오전 8시30분쯤 전날보다 10% 이상 감소한 602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6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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