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날카로운 제구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올 시즌 3승을 수확했다. 체인지업과 함께 주무기로 삼는 컷패스트볼(커터)에 변화를 줬고, 그동안 야수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날려버린 불운을 떨치려는 듯 94개의 많은 공을 던졌다. 유일한 실점으로 이어진 피홈런 하나를 빼면 흠잡을 곳이 없을 만큼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가진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7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류현진의 7이닝 소화는 지난달 8일 텍사스 레인저스 원정경기(1대 2 패)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2실점하고 패전했지만, 이날은 승리했다. 류현진의 전적은 3승 2패. 평균자책점은 3.15에서 2.95로 내려갔다.
전적에 비해 낮은 평균자책점이 시즌 초반 류현진에게 놓인 상황을 말해 준다. 올해 새롭게 구성된 토론토의 젊은 야수진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팀홈런 50개 고지에 두 번째로 도달할 만큼 강한 화력을 가졌지만, 수비에서 짜임새가 부족하고 실수가 빈번하다. 지난해 3루수에서 올해 1루수로 보직을 바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송구를 놓치는 초보적 실수도 범하고 있다.
내야 수비 불안은 땅볼이나 뜬공을 유도하려는 류현진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유독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토론토 타선의 기복도 문제였다. 결국 류현진은 스스로 변화해 승리를 직접 쟁취하는 길을 택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는 컷패스트볼 교정과 몸의 중심 이동이다.
류현진은 94개를 던진 공 가운데 22개로 배합한 컷패스트볼을 다소 느리지만 크게 움직이는 슬라이더성으로 던져 애틀랜타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닝마다 출루를 허용했지만 진루타에 의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삼진도 6개나 잡아냈다. 득점 없이 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해 유일하게 실점했다.
이번에도 경기 초반에 득점하지 못한 토론토 타선은 6회초 2사 2루 때 마커스 세미엔의 적시타, 7회초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솔로포로 승부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2-1로 앞선 8회초 교체됐고, 토론토가 4대 1로 이기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친 뒤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던 몸의 중심을 뒤에 놓고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변화한 컷패스트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로 볼 수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만족했다.
토론토의 이날 경기는 지명타자제를 운영하지 않는 내셔널리그 소속 애틀랜타와 인터리그로 편성됐다. 토론토는 투수를 타석에 세우지 않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이다. 류현진은 모처럼 타석을 2차례 밟았지만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