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여자프로배구단 연고지 유치의 결실을 거뒀다. 프로배구 여자부 제7구단으로 탄생한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 V리그 최초의 호남구단으로서 광주에 둥지를 튼다.
광주시와 페퍼저축은행은 13일 오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연고지 조인식을 겸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조인식·업무 협약식에는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이사와 KT&G·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김형실 신임 감독, 이용섭 광주시장 등이 참석한다.
지난 4월 20일 13개 프로배구단으로 구성된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가 창단을 최종 승인한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은 그동안 본사가 위치한 경기 성남과 광주를 연고 후보지로 신중히 저울질해왔다.
3월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20억 원의 특별 발전기금을 배구연맹에 일시금 납부하는 등 전광석화처럼 창단작업을 해온 페퍼저축은행은 고심 끝에 영업력 확대를 위해 과감히 ‘지방 도시’에 연고를 두기로 했다.
광주시와 배구협회는 물론 광주시민들의 높은 유치 열기를 고려해 페퍼저축은행 분점이 영업 중인 광주를 연고지로 최종 선택했다.
그동안 시는 동계 실내스포츠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배구단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전력이 빛가람혁신도시로 2014년 12월 이전하자 한전 남자배구단 연고지 이전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2016년 처음 시도한 연고지 이전은 선수 숙소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안타깝게 실패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시는 2019년 서명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등 한전 프로배구단 유치를 다시 타진했다. 이번에는 보조경기장 등 관련시설 미비가 발목을 잡았다.
올해 들어 신생 여자프로배구단으로 과감히 목표를 바꾼 시는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 등 지역구 국회의원과 배구협회 등으로 유치추진단까지 결성하고 관중 1만 명을 수용하는 염주종합체육관을 배구 전용 홈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빈틈없는 준비작업을 벌였다.
보조·연습 구장으로 활용될 빛고을체육관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등 수년 전부터 시 예산을 들여 확충해 놓은 배구 기반시설도 실사단에게 가감 없이 선보였다.
프로배구단 연고지 유치전에서 세 번씩이나 고배를 마실 수 없다는 간절함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시는 결국 2전 3기의 도전 끝에 프로배구단 광주 연고지 유치에 간신히 성공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하지만 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광주 연고지 결정을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켰지만 ‘반쪽 유치’라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일단 경기도 용인 한화생명 연수원을 훈련구장으로 사용하고 일정 시즌을 치른 후 훈련구장과 함께 선수 숙소를 광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일정을 통보해왔다.
여자프로배구 5개 팀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과 훈련구장 편의시설, 원정경기에 따른 이동 거리 등의 고려할 때 수도권에 거점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홈 경기의 30% 정도는 페퍼저축은행 본점이 있는 성남에서 치르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페퍼저축은행 VIP 고객 등에게 소속 프로배구단 경기를 관람하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광주에서는 한 달에 고작 1번밖에 경기를 치를 수 없어 ‘반쪽 연고지’라는 비난을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 광주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연고지를 성남으로 이전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 2006년 광주 신세계백화점을 모기업으로 창단된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이 광주에 경기도 부천으로 연고지를 변경해 떠나는 광경을 아쉽게 지켜볼 수밖에 없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방 프로구단의 잦은 수도권 이전을 열악한 재정자립도의 시가 도저히 저지할 수 없었다.
페퍼저축은행 여자프로 배구단은 오는 11월 개막하는 2011-2022시즌부터 ‘배구 도시’ 시대를 맞은 광주를 연고지로 한 제7 구단 자격으로 정규리그에 합류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도 광주에 연고지를 두기로 확정한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이 광주에 정착하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광주시민들의 염원과 열망, 지방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 등의 여론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