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체납으로 인한 은행예금 압류를 피하려 보유 자산을 저축은행에 숨긴 고액체납자들이 경기도 전수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방정부는 체납자들의 세금 체납 시 은행 등 제1금융권 자산을 즉시 압류할 수 있는 ‘체납자 예금 압류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압류시스템이 미비해 별도로 자산조사부터 압류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 상당한 시간·절차가 소요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허점을 고액 체납자들이 파고 들어 악용해 왔던 것이다.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여러 상가 임대업을 하는 A씨는 지방소득세 2000만원을 체납했다. 이에 고양·파주시는 수차례에 A씨에게 납부를 독려했으나 그때마다 A씨는 “사업이 어려워 돈이 없다”며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의 이번 저축은행 전수조사에서 A씨가 소유한 3000만원 상당의 저축은행 예·적금이 적발됐고 경기도는 압류조치했다.
안양시에서 빌딩으로 임대업을 하는 B법인은 지난 2016년부터 재산세 등 50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B법인은 자금 사정이 괜찮았으나 일반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즉시 압류될 것을 우려해 꼼수로 저축은행에 4000만원을 예금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 조사는 피할 수 없었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이번에 국내 저축은행 79곳과 그 지점까지 일괄 예·적금을 전수조사해 이처럼 고액체납자 138명이 보유한 56억원의 저축성 자산을 적발하고 압류했다고 13일 밝혔다.
도는 전수조사는 1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약 4만명을 대상으로 3월부터 5월 초까지 진행됐다며 지방세징수법 등 절차를 통해 압류한 자산을 순차적으로 추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도 조세정의과장은 “사업이 어렵거나 실직했다는 등 돈이 없어 체납세금을 못 낸다더니 저축은행에 몰래 예치한 돈만 수천만원이었다”면서 “이번에 적발한 체납자들 대부분은 전형적인 고질체납자로,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강력하게 체납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