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교육 패싱’… 행정관 참모에 특별연설 ‘무언급’

입력 2021-05-12 18:15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교육 패싱’ 지적을 받고 있다. 연설문 제목이 ‘남은 1년 위기극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겠습니다’인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메시지는 전무했다는 비판이다. 청와대 교육비서관 자리가 한 달 가까이 공석이어서 교육부에서 파견 온 국장급 공무원이 사실상 청와대 교육 분야 최고위 참모라는 점도 교육 홀대론에 힘을 싣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분가량 진행된 특별연설 중 교육 관련해 딱 한 차례 언급했다. 그동안 정책 성과들을 나열하는 대목에서 ‘고교무상교육 시행’을 포함시킨 게 전부였다. 교육 분야는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아예 빠졌다.

현재 교육 분야는 성한 곳이 별로 없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코로나19에 계속해서 확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습 격차가 커지는 바람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사교육 대책이 곧 민생 대책인데 청와대든 교육부든 입을 다물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예고해놓고 대학 입시에서는 정시 비중을 높여 학교 현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냐”는 성토가 나온다.

지방대는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10여년 전 예고됐던 사안이다. 꾸준한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오히려 늘어난 점이 이를 말해준다.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인 한전공대는 역주행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대학가에선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남부지방 대학부터 문 닫는다)는 우울한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교육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더욱 명확한 증거는 인사다. 지난 정부까지는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보좌했었다. 문재인정부는 교육문화수석을 없애고 사회수석 자리를 만들었다. 역대 사회수석들은 교육 정책과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현 이태한 사회수석 역시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이다. 교육비서관이 사실상 과거 정부의 교육수석 역할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박경미 교육비서관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교육비서관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교육부에선 “금방 채워질 것이다 늦어도 2주일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공백이 장기화되자 관련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 국장급으로 청와대에 파견된 심민철 선임행정관이 문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에서 교육 분야가 홀대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교육계의 진단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교육 수석을 부활시켜 달라는 교총 요구를 무시하더니 이제 비서관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소영 대변인은 “(특별연설에서) 언급이 없어 유감이다. 교육은 미래가 걸린 일인데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정책위 의장은 “교육 현안과 우려가 산적한데 교육에 대해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일을 잔뜩 벌여놨지만 수습할 길이 없어 은근슬쩍 캐비닛에 밀어넣고 모르는 척 하는 느낌”이라고 질타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