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2배로 돌려줄게”… 머스크 방송 출연 미끼로 56억 챙긴 사기꾼들

입력 2021-05-12 17:21

‘도지코인의 아빠(doge father)’를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는 코미디쇼를 이용해 도지코인 보유자들에게 56억원 규모의 도지코인을 가로 챈 사기행각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블록체인 정보업체 ‘TRM랩스’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지코인 사기 피해 사례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기꾼 일당은 지난 8일 머스크가 미국 NBC방송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하던 시간 동안 ‘일론 머스크 SNL’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특정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영상들은 NBC방송에서 방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기꾼들이 게재한 영상이었다.

사기꾼 일당은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도지코인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며 사기 웹사이트 링크를 소개했다. 이들은 “머스크가 모든 도지 코인 보유자들에게 5억 도지코인을 뿌린다”며 “누구든지 받을 수 있으니 웹사이트를 방문하라”고 피해자들을 이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사기꾼들이 제작한 웹사이트에선 다시 “도지코인을 송금하면 2배로 되돌려주겠다”며 접속자들을 속였다. 이같은 방식으로 사기꾼들은 지난 9일 기준 약 500만 달러(55억9500만원) 규모의 도지코인 970만개를 가로챘다. 이후 유튜브에 올라왔던 영상들은 삭제됐다.

한 피해자는 도지코인 온라인 게시판에 “나처럼 속지 말라”며 “그 웹사이트에선 도지코인을 2배로 되돌려주지 않는다. 내 주머니엔 60달러만 남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도지코인 공식 트위터 계정은 지난 9일 “도지코인을 2~3배로 되돌려준다는 사람들에게 코인을 보내지 말라”며 “그건 사기이며 우리는 당신의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경고했다.

TRM랩스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런 사기 수법으로 매년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기 피해를 입는다. 도지코인 사기극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머스크는 연일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가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할 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게재했다. 머스크가 SNL에 출연했던 날 0.72달러까지 치솟았던 도지코인은 방송 후 0.46달러까지 급락했지만 머스크의 트윗 이후 다시 0.5달러대로 상승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