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사업도’ 잘나가는 정용진…백화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입력 2021-05-12 17:20 수정 2021-05-12 17:58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보수적인 유통·식품업계가 신세계그룹의 달라진 행보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힙한’ 지점에 신세계가 도달해 있거나, 영역 다툼의 최전선에 신세계가 달려들었다. 신세계와 정용진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가 재벌가의 ‘점잖은 모습’만으로는 치열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신세계 그룹이 발표한 1분기 실적 공시와 패션 부문 온라인 쇼핑몰 W컨셉 인수합병(M&A) 관련 자료는 종일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신세계는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 1조32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3% 올랐다. 영업이익은 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9.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이 W컨셉 M&A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점도 다시금 관심을 모았다. SSG닷컴은 지난 11일 딜 클로징을 열고 W컨셉 지분 100% 매매대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SSG닷컴은 지난달 1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고,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W컨셉은 20~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 패션 편집몰이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패션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이 비(非)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W컨셉은 백화점과 경쟁하는 브랜드 편집숍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최근 이슈는 ‘경쟁력 있는’ 패션 쇼핑몰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그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W컨셉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패션 부문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20~30대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각 사 제공

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만남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5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다.

앞서 지난 1월 프로 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를 결정하며 프로야구계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이며 인수한 야구단 SSG 랜더스는 프로야구 개막 이후 17승 14패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SSG 랜더스에 대해 야구팬들이 시즌 개막 전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유통·식품업계에서는 열정적으로 랜더스와 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 클럽 하우스에서 경쟁 상대인 롯데를 상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다소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서까지 신세계 그룹 계열사의 결집을 촉구한 것”이라며 “더 이상 점잖은 경쟁만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을 총수 차원에서 절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고, 긍정적인 성적표를 펼쳐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 그룹은 M&A 대어로 꼽히는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배달 앱 요기요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자사 몰인 SSG닷컴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또 상생이나 공정경쟁 이슈가 예민한 배달 앱 시장에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요기요 인수전 참여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M&A 대어 인수전의 성과에 따라 신세계 그룹의 올해 성패도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정 부회장이 M&A를 비롯해 각종 투자에 적극 나서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지금 유통업계 경쟁이 사활을 걸 만큼 치열하다는 의미”라며 “올해 뒤처지는 업체는 생사를 걸어야 할 정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