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들의 차량 전동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 ‘완전 자율주행’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공간성을 극대화한 전기차 플랫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유 서비스 기피 현상, 높은 전기차 가격 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들은 최근 자신들이 보유한 차들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계획 마무리 시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저마다 시장 공략을 향한 의지를 내비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가 합작해 만든 ‘모셔널’은 2023년 미국에서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모셔널은 2023년부터 미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 플랫폼에 양산형 로보택시를 공급하며 동시에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될 전망이다. 이는 차량 스스로 교통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비상시에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높은 자율주행 수준이다.
미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현대차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영국의 전기차 업체 ‘어라이벌’과 함께 승차 공유 전용 전기차를 개발하고 2023년 하반기 중 생산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버는 2025년까지 영국 런던의 자사 공유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꿀 계획도 밝혔다. 운전자의 차량 교체 비용 1억8800만 달러(2114억원)도 함께 지원할 방침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비야디(BYD)’ 역시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손을 잡고 개발한 승차 공유 전용 전기차 D1을 공개했다. 매년 10만대의 D1을 시장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공유 서비스 업계에서 전기차 전환을 위한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미래 자율주행 시장 선점에 대한 절실함이 깔려있다. 무인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려면 3D 카메라, 라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구현할 반도체가 다수 차량에 탑재돼야 한다. 하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현재의 내연기관 플랫폼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전 세계 1100만여 대로 추산되는 공유 차량이 모두 전용 전기차로 바뀐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고가의 전기차 교환 가격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유 차량 전동화 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 공유 차량의 0.5%만이 전기차다. 유럽도 3.4%에 불과하다. 그나마 중국이 21%로 가장 높은 전기차 비율을 보인다. 다만 이조차도 민간이 아닌 정부 당국의 정책에 힘입어 인위적으로 달성된 것이다.
까다로운 전기차 전환 요건도 걸림돌이다. 공유 차량이 전동화가 되려면 운전자가 당장 낮은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공공 충전망도 폭넓게 개선돼야 한다. 전기차 문이 2개만 있거나 최소 4명을 태울 여력도 되지 않는 소형 차량도 태반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215종의 배터리 전기차 가운데 단 13종만 공유 차량에 적합하다는 한 조사도 인용했다.
국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전기차 전환은커녕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조차 요원하다. 코로나19로 공유 서비스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진 데다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 거미줄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 국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해외 차량 공유 업체들과 협업을 해나가면서 해외 시장에 국산 전기차를 보급하는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