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헤인스 국장은 방한 기간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12일 오후 3시30분쯤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한 뒤 곧장 한국을 찾은 것이다. DNI 국장의 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2019년 3월 댄 코츠 국장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DNI 국장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수장이다.
헤인스 국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방한 다음 날인 13일 DMZ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대내외에 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DNI 국장은 북·미 관계 경색 국면을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방한 기간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선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신호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헤인스 국장 방한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 정보기관 수장의 한·일 방문 사실을 이례적으로 드러내면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DNI 국장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며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한국과 일본을 나란히 방문하면서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DMZ 방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