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친노·친문계 좌장격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세력의 지지까지 등에 업으며 대권 행보를 위한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 여권 내 다른 주자를 앞서고 있는 이 지사는 당내 불거지는 경선연기론에는 “원칙대로 하자”며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12일 서울 상암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포럼(민주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의 연구재단이던 ‘광장’의 조직적 기반을 이어받은 민주포럼은 대선 레이스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원외 전국단위 조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지사는 “평소 뵙지 못했지만 정말 뵙고 싶던 분들을 여기서 뵙게 됐다”며 “먼 길 함께 손잡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출범식에는 30여명에 달하는 현역 의원이 참석했다. 특히 친노·친문 색채가 짙은 인사들도 대거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5선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고, 김성환 이해식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2017년 대선 경선 이후 당내 친문 세력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이 지사가 민주포럼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 이재명계인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이규민 의원 등도 참여했다. 의원을 포함해 전체 발기인 규모는 1만5000명을 넘는다.
오는 20일 이 지사의 또다른 지지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이 발족하고, 정책자문 역할을 담당할 싱크탱크까지 구성되면 이 지사의 대선캠프 전체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을 중심으로 싱크탱크 구성이 물밑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의 경제교사’로 불린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도 이 지사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당내 기반 다지기에 나선 이 지사는 최근 제기된 경선연기론에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하지 않나”며 “국민들이 안 그래도 삶이 버거운데, 민생이나 생활개혁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선연기론 논란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만큼 경선 연기에 따른 위험요인을 굳이 무릅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설전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정 전 총리가 지적한 부동산 문제 관련 지자체 책임에 대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전혀 책임이 없다고까지 하겠나”라며 “제가 드린 말씀은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관료들의 비협조나 저항을 말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정 전 총리의 ‘미래씨앗통장’ 공약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국가의 재정지출이 경제선순환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우선”이라며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을 부각시켰다.
이 지사는 당내 ‘반(反)이재명’ 정서에 대해서는 “국민이라는 큰 물 속에 당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해 경선에서 승리하면 자연스레 등을 돌렸던 친문 세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