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노혜련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2일 “현재 중국이 입양 1위 국가(송출)라고 하지만, 출생률 대비 입양 보내는 인구로 치면 한국이 중국에 비해 8배에 이른다. 이런 국가는 없다”면서 “입양제도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아동 복지, 나아가 가족 복지가 발달할 수 없다. 입양을 보내는 것으로 아동 복지를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5월 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한부모가족의 날은 입양의 날(5월 11일)보다 하루 전, 입양보다 원가정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2018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한국한부모연합은 제 3회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아 한인 입양인 감독이 미혼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한서승희 젠더문화연구소 대표,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 한부모가족 당사자들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 전, 정영애 여성가족부장관은 “정부는 미혼모·미혼부의 어려움과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덜고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부모 여러분들의 생활고, 사회적 편견,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 계신 한국한부모연합과 회원단체,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발표한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가족이 차별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보게 되는 영화는 해외입양인감독의 입장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사회적 편견, 가족들 반대 등의 현실적 한계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가지는 미혼모 입양에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보는 중요한 시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문제에 대해 제기되는 것을 정책으로 잘 담겠다”고 밝혔다.
이임조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임신과 출산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시작이다. 이 가족들이 유지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게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각자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가족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차분한 태도로 영화를 감상하였고, 상영이 끝난 뒤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임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은 “(영화를 보고) 감정적이 된 것 같다. 부제가 엄마에게 쓰는 편지지만, 감독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혼모의 부모, 친척, 형제자매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씨네토크 패널로 참석한 허민숙 국회 입법 조사관은 “입양은 모두를 위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엄마는 어려서 계속 공부를 해야하고, 아기는 키울 돈이 없다. 부모님은 주위 평판이 두렵다. 누구 하나를 탓할 수 없다. 청소년부모는 공부를 마쳐야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렇다면 아이를 위탁 부모나 좋은 양부모에게 보내면 모두가 행복한가? 이게 문제다. 결국 감독도 30살이 넘도록 평생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기간 동안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양부모 밑에서 불행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어릴 때 입양보내면 다 잊을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를 함께 감상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그간 “실제 미혼모시설을 지원하면서도 (현장을) 잘 보지 못했다. 직접 현장에 있으면서 아픈 마음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현재 청소년부모 사업을 시작하는데, 틀을 잘 만들어서 노력하겠다. 모든 한부모들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길 바란다. 응원한다”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의 제작자 중 하나인 김민철 감독은 "이 영화는 출연자 없이 만들 수 없다"며 "영화에 출연한 아기 엄마, 애서원 스태프 등 이 자리 모시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현재 선희 감독은 자가격리 중"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밝혔다.
선희 감독은 성인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우리 사회가 ‘입양 아동’이라고 부르는 ‘부모 없는 아이’의 시작을 보여주며, ‘여성과 아동을 위해’ 내려지는 결정이 사실상 누구의 이익이 되는지를 묻는다.
이 영화는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에 2회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명가 Final Cut for Real과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등으로 잘 알려진 한국 제작사 민치앤필름이 공동제작을 맡아 수작으로 완성됐다.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 하나인 제10회 코펜하겐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CPH:DOX)에서 경쟁 부문에 선정되며 처음 공개돼 호평을 받았고, 오는 6월 정식 국내 개봉을 결정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