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징계, 문자로만 전달은 무효” 교장 상대로 승소한 중학생

입력 2021-05-12 15:20

학교폭력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중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리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한 징계 처분 전달이 행정절차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양지정 부장판사)는 중학생 A양이 인천의 중학교 교장인 B씨를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A양에게 내린 서면사과 처분을 무효화하고 B씨가 모든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A양은 2019년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반 급우 6명과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돼 이듬해 1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A양 등 7명은 당시 학생부장이었던 B씨가 의결한 처분 결과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받았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번 학교 폭력과 관련된 학생 7명의 조치는 모두 동일하게 1호 서면사과로 나왔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말이 포함됐다.

A양은 같은 해 6월 학내 임원선거에 입후보하는 과정에서 학칙상 징계를 받았던 학생은 출마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양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서면사과 처분이 적법하게 고지되지 않았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문서로 통보한 게 아니어서 명백하게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처분을 문자로 빠르게 받길 원하고 당시 사건도 모든 과정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진행했다”며 “묵시적으로 사전에 동의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서면사과 처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문서가 아닌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은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할 때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해야 하며, 휴대전화 메시지 등 전자문서로 할 때에는 당사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통보하는 것이 허용된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묵시적인 관행만으로는 전자문서로 처분하는 것을 원고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서면으로 통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고 원고가 서명 통보를 거절할 사정도 없었다”며 “처분을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