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내버스 회차지 인근에 사는 주민을 ‘환경(소음) 피해자’로 처음 인정하고 버스회사에 184만여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전례 없는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전기·수소버스 전환을 유도하려는 환경 당국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환경분쟁위)는 12일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에 거주하는 주민 2명이 인근 시내버스 회차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먼지로 피해를 당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버스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소음피해 개연성을 인정하고 184만여원 배상 결정을 내렸다. 환경분쟁위 관계자는 “그동안 시내버스 회차지 인근 주민의 피해접수는 총 3건이 있었다”며 “이 중 2건은 자진 철회했고 나머지 1건의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청인은 2006년부터 회차지 버스에서 매연과 소음이 배출됐고, 수면 방해와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회차지에는 평일 기준 15분 간격으로 8대의 버스가 128회 왕복 운행했으며 거주지와 회차지 거리는 5m에 불과하다.
환경분쟁위는 소음·진동 전문가와 회차지 차량 소음을 조사한 결과 야간 소음도는 54dB로, 수인한도(45dB)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개연성을 인정했다. 다만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만 운행된 점을 고려해 매연·먼지로 인한 피해의 개연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환경분쟁위는 “매연이 발생하지 않고 저소음으로 운행이 가능한 전기·수소버스를 조기에 도입하려고 노력한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 구제 외에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실제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무공해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시내버스 회차지 인근 주민의 피해접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지자체와 버스회사에 무공해차 전환을 압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