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은 죽여야 한다”…인제 묻지마 살인범 2심 무기징역

입력 2021-05-12 12:50

강원도 인제에서 50대 여성 등산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23)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르고 피해자가 범행 이유를 물으며 저항했음에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범행 직후에도 아무런 충격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살인 범행을 결심하는 등 믿기 힘든 냉혹한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뒤늦게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했으나 진정으로 속죄하고 참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심신장애였다는 이씨 측의 주장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람을 죽이는 일이 세상 어떤 일보다 쉬워 보이고, 이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래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살해 욕구를 키웠으며, 정신감정 결과 정신과적 진단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7월 11일 인제군 북면 한 등산로 입구에서 일면식도 없었던 한모(58)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씨는 연쇄살인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계획과 방법을 일기장에 상세히 기록하고, 살인 도구로 쓸 총기를 사고자 수렵면허 시험공부를 하고, 샌드백을 대상으로 공격 연습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또 일기장에는 100명 내지 200명은 죽여야 한다는 내용이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오로지 자신의 살해 욕구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