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과수화상병 되풀이…사과 주산지 명성 위협

입력 2021-05-12 11:06 수정 2021-05-12 14:43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모습. 충북도 제공

지난해 과수화상병으로 쑥대밭이 됐던 충북 충주와 제천지역 과수원에서 다시 세균이 확산하고 있다. 이 지역 과수농가와 방역 당국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충주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병한 이후 전날까지 모두 16곳에서 확진이 이어졌다. 충주 14곳, 제천 2곳이다. 의심 증상이 있는 과수원 29곳도 과수화상병 확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현재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주와 제천 지역 과수원 2.3㏊(12곳)을 매몰한 상태다.

과수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으로 사과나무나 배나무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가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병이다. 과수화상병은 식물방역법에 따라 국가 검역 병해충으로 관리된다. 발병지에서는 3년간 과수 재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충주시와 제천시는 과수화상병 잠복균을 찾아내기 위한 선제적 집중 예찰을 추진 중이다.

방역당국은 과수화상병 의심 나무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방제하는 방법으로 올해 화상병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화상병 억제를 위해 과원 종사자·작업인력 이동 시 대인·작업도구 의무 방역, 농작업 일지 기록 등 사전방제 조치에 이어 궤양 제거, 지원약제 의무 살포, 정밀예찰 조사반 운영 등 강력한 방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방역당국이 충북 충주의 한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매몰 작업을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주시는 올해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해 친환경 방제기술도 적용했다. 감염이 우려되는 과원에 볏짚과 쌀겨를 활용해 유익한 균의 밀도를 높이고 병원균과 경합하는 유용 미생물을 살포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 도내에서는 충주, 제천, 음성, 진천 등 4개 시·군 농가 506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281㏊에 달한다.

충주의 경우 지난해 348곳에 193.7㏊가 피해를 입었다. 충주는 최근 3년간 과수화상병 피해액만 518억6000만원에 달한다. 2018년 11억4000만원(13농가), 2019년 122억원(76농가), 2020년 385억2000만원(348농가)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충주에선 1637농가 1412㏊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충주에 피해가 집중돼 사과 주산지의 명성을 위협받고 있다”며 “치료약도 없어 사과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가 과수화상병 차단을 막기 위한 방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국이 해당 과수를 직접 소독·폐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식물방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이달 13일부터 6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