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교직원들이 학교별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학생지도비를 타내기 위해 서류조작을 일삼았다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학생 멘토링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같은 날 옷을 바꿔 입어가며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가짜 증빙 사진으로 총 11억7000만원을 챙긴 대학이나 학생 안부를 묻는 수준의 카카오톡 대화 1건마다 13만원씩 총 360여만원을 교수에게 지급한 대학 등이 문제가 됐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전국 주요 12개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학생지도 활동비 집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개 대학에서 94억원을 부당 집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학생지도 활동비란 학생상담, 교내안전지도 활동 등 교직원의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정부 지원의 사업비를 말한다. 과거 기성회비에서 교직원에게 지급하던 수당제를 폐지한 대신 공무원 수당 규정(대통령령)에 근거해 지급해 오고 있다. 교육부를 통해 주요 국립대에 매년 1100억원의 학생지도 활동비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12개 주요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했다. 부산대 부경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제주대 공주대 순천대 한국교원대 방송통신대 서울시립대 등이다. 이 가운데 10개 대학에서 부당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
A대학의 경우 교직원들이 장소를 옮겨가며 옷을 바꿔입는 방식 등 학생지도 활동 횟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약 12억원을 부당 지급받았다. B대학과 C대학은 퇴근 후 심야시간에 다시 출근해 활동 기록을 남기는 수법으로 각각 6700만원과 5000만원의 활동비를 부당 수령했다.
권익위 적발 사례 중에는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단순히 이메일 전송한 것을 상담으로 인정해 건당 10만원씩 총 2700여만원을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 이 대학은 안식년 또는 해외연수로 물리적으로 학생지도를 하기 어려운 교수들에게도 학생지도비 3500만원을 지급했다.
상당수 대학이 증빙자료가 없거나 상담 내용이 부실한 데도 학생지도비를 10억~20억원씩 집행했다. 외국 학생에 대한 상담 등을 근거로 1인당 600만원씩 교직원 257명에게 14억원을 지급한 모 대학의 경우도 있다. 이 중 일부 직원은 상담해줬다는 학생의 국적조차 모르는 상태였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학내 도서관에서 학생을 만나 멘토링을 해줬다며 20만원씩 학생지도비를 타간 교직원들이 조사 결과 재택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이에 권익위는 실태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된 대학은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했다. 또 모든 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전면 감사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권익위는 “국립대 교직원들이 급여 보조성 경비로 잘못 인식하고 관행적으로 지급받고 있음을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또 “39개 국립대에서 매년 1146억여원의 학생지도비가 집행되는 사실을 고려하면 교육부 감사에 따라 부당 집행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체 38개 국립대의 학생지도비 운영 실태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별감사 결과 확인한 부당 집행 사례에 대해서도 엄정 조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와 특별감사 결과 등을 종합해 학생지도비 지급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