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여야 공동으로 국회 사절단을 여러 번 제안했음에도 답을 받지 못하자 단독으로 방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은 백신 관광을 본격화하는데 우리나라는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온다”며 “국민 생명의 위협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당 차원에서 사절단으로 박진·최형두 의원을 미국에 공식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신 확보를 위한) 여야 국회 사절단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방미 협력 대표단 구성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단독 방미 이유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6개월간 같이 가자 하는데 (왜 여당이 안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백신 이상 없다는데, 국민들의 체감온도와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부터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에서 (여당과) 공동 대표단 구성을 촉구한 적 있고, 이번에도 공동으로 방미해 백신 협력 통한 의회 외교 제안했는데 오늘까지 뚜렷한 답을 못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당만이라도 우선 미국에 가서 (한미정상회담 전에) 백신 협력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물꼬를 트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방미 대표단은 12일 출국해 4일간 워싱턴 현지에 머물며 일정을 수행한다. 의회와 정부에 있는 주요 인사를 만나고, 이들에게 ‘백신 스와프’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백신 물량을 먼저 공급받고 후에 되갚는 ‘백신 스와프’ 방식을 줄곧 제안해왔다.
협력의 근거로는 2012년에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부분을 내세울 예정이다. 해당 조항은 ‘(한미 양국이) 양질의 특허 및 복제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개발을 촉진하고 이에 대한 접근을 원활히 하고자 하는 약속을 공유함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야당의 단독 행보에 여당에서는 ‘각개전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내고 “백신 확보를 위한 당의 노력을 ‘각개 전투’로 보는 여당의 시각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힘 노력을 폄훼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사절단에 초당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