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산학협력 기업, 국내 최초 ‘무촉매 수전해’ 기술 개발

입력 2021-05-11 16:11
국내 최초로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개발한 김진관 에이치쓰리코리아(H3-KOREA) 대표. H3-KOREA 제공

충남 태안의 고려대 산학협력 연구개발기업이 국내 최초로 촉매와 분리막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생산하는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개발했다.

에이치쓰리코리아(H3-KOREA)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무촉매 그린수소 발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전기분해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수전해’ 공법은 일반적으로 촉매를 입힌 판 형태의 ‘스텍’에 전해질을 넣은 물(전해수), 전기를 흘려보내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 공법은 백금과 이리듐, 루테늄 등 고가의 재료가 촉매제로 쓰이는 탓에 제조단가가 높다. 관련 연구개발도 이 같은 이유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고전도 촉매제 개발에 집중돼 있다.

H3-KOREA는 핵심 부품인 셀을 신소재로 만들어 촉매 및 분리막 기능을 대체했다. 이 소재는 백금 계열 촉매처럼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수소·산소의 분리를 활성화시킨다.

이 경우 촉매 없이도 전류의 흐름이 원활할 뿐 아니라 분리막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반영구적으로 셀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으며, 촉매와 분리막 비용이 들지 않아 수소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박봉식 연구원은 “촉매를 입힌 스텍은 6000시간 이상 사용하면 스텍에서 촉매가 분리돼 성능을 잃게 되지만, 신소재가 촉매와 분리막을 대신하기 때문에 스텍을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연료전지발전소를 비롯해 선박·철도·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2040년까지 수소 1㎏ 당 3000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약 20년 앞당길 수 있다고 H3-KOREA는 설명했다. 수전해 기술을 선도하는 유럽과 미국보다 더 높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노르웨이 ‘넬’사는 수소 1㎏을 생산하기 위해 49㎾/h의 전력을 소모한다.

반면 H3-KOREA는 넬이 사용하는 전력의 12.2%에 불과한 6㎾/h만으로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충남 태안군 인공지능센터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500㎿급 풍력발전단지와 연계, 2세대 수전해 양산 체계를 갖추기 위한 시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2세대 수전해 기술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김진관 H3-KOREA 대표는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은 아직 촉매 없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한국을 친환경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