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1건에 13만원…눈먼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원

입력 2021-05-11 14:08
국민권익위원회 김기선 심사보호국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공립대 학생지도비 집행 실태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대 교수, 교직원들이 교내 학생상담과 안전지도를 허위로 하거나 부실하게 운영하고도 100억원에 가까운 학생지도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4월 전국 주요 12개 국공립대를 표본으로 선정해 지난해 학생지도비 부정수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개 국립대에서 94억원이 부당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학생지도비는 학생상담, 교내안전지도 활동 등 개인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수당으로, 학생들의 수업료로 충당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이후, 주말 등 휴일에 학생과 관련된 활동을 했을 경우 실적이 인정된다.

교육부는 2015년 기존의 기성회회계 수당을 폐지하고 국립대 교직원의 교육, 연구 및 학생지도활동 실적에 따라 학생지도비를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국립대 교직원들이 이 학생지도비를 여전히 급여보조성 경비로 잘못 인식하고 관행적으로 지급받고 있음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A대학 직원들은 장소를 옮기고 옷을 바꿔입어 가며 학생 지도 활동 횟수를 부풀려 약 12억원의 학생지도비를 부당 지급 받았다. B대학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의 84%가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인데도 하루에 많게는 전체 직원 172명이 나와 학생 안전지도를 했다며 학생지도비 7억원가량을 지급했다.

C대학은 교수가 학생에게 보낸 SNS 메시지 1건당 학생지도비 13만원을 책정했다. 메시지 내용은 코로나19 관련 건강 상태 등 안부 확인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이 학과 게시판에 올린 단순 질의에 대한 답변을 멘토링 실적으로 인정해 교수 157명에게 1인당 500만원을 지급한 학교도 있었다. 이 학교는 학교 공지사항과 관련한 이메일을 단체발송한 뒤 단 1명이라도 수신이 확인되면 실적으로 인정, 교직원 551명 모두에게 인당 500만원을 지급했다.

김응태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장은 “허위나 부풀려서 (학생지도비를) 청구한 경우 기망에 의한 이득을 본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우선 부당하게 집행된 학생지도비를 개인으로부터 환수하는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아울러 이런 행태가 모든 국립대학의 공통된 문제라고 판단하고 교육부에 전면 감사를 요구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불응한 3개 대학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