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경찰관들이 동료 여성 경찰관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고 ‘준강간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중앙일보는 경찰청 인권조사계가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실 소속 A경위와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B경장, 송파경찰서 관할 파출소 소속 C경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일 내부망을 통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접수했으며 이후 제보자의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위 등은 여성 경찰관을 준강간한 혐의로 2019년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직 경찰관 이모(30)씨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동료 여경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2018년 10월 만취한 동료 여성 경찰관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피해자는 잠에서 깬 후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2019년 7월 대법원은 준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경찰청 인권조사계는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에는 A경위가 “준강간은 이씨 스킬”이라고 언급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위는 2018년 당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이씨, C경사가 있는 단체카톡방에서 동료 여경에 대해 “OOO 엉덩이가 예쁘다. 한번 만져보고 싶다” 등의 발언을 하고 “여경이 뒤탈이 없다” “그래서 좋아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 카톡방에서는 준강간을 주제로 한 대화도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여성을 만나기로 했다는 이씨에게 “1대 1로 만나냐. 준강간 ㄱ(고)”라고 부추기는 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C경사가 이씨에게 한 여성을 특정, “술 먹여서 데려와라”고 요구한 대화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경장이 이씨와 개별적으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문제가 됐다. B경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의 관할 지구대와 소속 여경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OOO부터 시작해서 OO(지구대 이름) 여경들 다 자볼까”라는 메시지를 이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대화 내용이 실제 여경을 준강간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씨 범행과 연관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준강간 사건 피해자인 여경은 서울경찰청에 2차 가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지만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