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백신 놓고 시끌시끌…“접종 강요 지휘부 못 믿어”

입력 2021-05-11 11:17 수정 2021-05-11 12:50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라온 백신 관련 글 갈무리. 연합뉴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경찰관의 부작용 증세가 잇따르자 경남경찰 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선 경찰들이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지휘부를 성토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 김기범 경사는 지난달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진정서에는 경찰 지휘부가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직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 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서는 인권위에 진정을 낸 김 경사를 지지하고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 경사가 폴넷에 게재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라는 글에는 지지 댓글 200여개가 달렸다. 한 동료 경찰은 “직원들이 무서워하는 건 미접종 시 불이익, 조직 분위기 이런 사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잘못됐을 때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무서운 거다”라고 밝혔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또 “백신 접종하고 사고가 나니 경찰청장도 시·도청장도 아무 말 없다. 맞으라고 그리 기세 좋던 사람이 이제는 왜 잠잠할까” “참 비겁하고 나쁜 청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경찰은 “문서로는 강요, 강제 아니라고 해놓고 뒤에서는 부서별 접종률 따지는데 자율이라고 쓰고 강제, 강요로 실천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경찰청을 믿으면 내 발등 내가 찍는 것”이라고 경찰 내 조직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이밖에도 ‘응원한다’는 글 수십개와 함께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동료 경찰의 쾌유를 빈다는 내용 등이 함께 올라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김창룡 경찰청장 모습. 뉴시스

경남경찰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다 인권위의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른 후속 조처를 할 방침이다.

경찰 지휘부에서는 백신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간부급 경찰은 “외근직은 수시로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 개인도 개인이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30대 초반 젊은 경찰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큰 상황인데 지휘부가 너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본다”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백신 접종을 유도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