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 마윈, 수척한 얼굴로 알리바바 본사 방문

입력 2021-05-11 10:14 수정 2021-05-11 10:33
1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알리데이' 행사에 참석한 창업자 마윈. 중국 웨이보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해 ‘미운털’이 박힌 마윈이 알리바바 본사를 찾았다. 약 한 달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한 그는 이전보다 다소 수척하고 늙어보이는 모습이었다.

11일 중국 포털 웨이보 등에 따르면 마윈은 전날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알리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파란 티셔츠와 흰 바지 차림의 마윈은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둘러봤다. 이날 행사에는 알리바바 직원과 가족 3만7000여명이 참석했다. 2005년부터 매년 5월 10일 열리는 알리데이 행사에선 직원 합동 결혼식도 진행된다.

1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알리데이' 행사에 참석한 창업자 마윈. 중국 웨이보

마윈이 마지막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14일 열린 러시아지리학회 화상 회의였다. 마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가끔 고개만 끄덕거렸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국유은행이 전당포 영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9일 후 그는 중국 4대 금융감독기관과의 예약 면담에 불려갔고 11월 5일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돌연 무산됐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지불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5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알리바바에 대해선 반독점 조사를 벌여 28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 상장 결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마윈 배후 색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마윈은 문제의 상하이 발언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춰 실종설, 감금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석 달만인 지난 1월 20일 농촌 지역 교사들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윈은 “요즘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생각하고 있다”며 “농촌 활성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국가 비전에 봉사하는 것은 우리 세대 사업가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