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중대재해 범위 축소 안돼…취지 제대로 살려야”

입력 2021-05-10 20:45
강은미 정의당 의원. 국민일보DB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0일 평택항에서 사망한 대학생 노동자 이선호씨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상 원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시행령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평택항 사고는 (컨테이너) 벽체 중 한쪽을 눕히는 과정에서 반대편 벽체 밑에 있었던 이선호씨에게 300㎏이나 되는 컨테이너 벽체가 무너져 사망한 상황이었다”며 “(해당 작업은) 이선호씨가 원래 하지 않던 것이고, 안전핀이 있었으면 벽체가 넘어지지 않았을 텐데 안전핀이 없었고,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았다”며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또 강 의원은 원청의 책임을 묻게 하려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유족 측이 이야기하고 있는 원청의 진심 어린 사과, 회사 측의 사고 책임,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해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유족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상으로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현장 자체가 원청이 관리·감독하는 곳이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정의당에서 지속해서 유족 또는 유족의 대리인이 현장조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를 하고 있다”며 “현장조사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사고원인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피고 미비점은 꾸준히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발생 시 현장조사 주체로 지역노동청과 안전보건공단, 경찰, 유족 등이 입회해 조사가 이뤄지지만,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유족 대리인도 참여한 가운데 현장 검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으로 권한 있는 사람이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만들어졌다”며 경제단체 등이 중대재해법상 사고 책임자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대거 축소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범위를 축소할 경우 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이달 중 확정해 입법예고할 것으로 알려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노동계와 달리 경제단체 등 기업들은 경영책임자의 구체적 범위를 명시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강 의원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명시하지 않으면 소위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피고용인이나 다름없는 사업장 대표를 세워 두고 실제 노동 감독의 책임이 있는 큰 기업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강 의원은 아울러 경제 단체 등이 ‘중대재해’의 범위를 1명 이상 사망이 아닌 2명 이상 사망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강 의원은 “작년 상반기에 보더라도 두 명 이상 사망이 발생한 사건은 전체 사망자 수의 9%가 안 된다”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등의 사고가 모두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이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 21년간 산업재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1년에 2000명 넘게 계속 죽어가고 있다”며 “언제까지 노동자를 계속 죽일 거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