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침체에 빠져있던 조선, 해운업황이 호황기에 접어들자 조선, 해운업체들의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해상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조선사들의 대형 수주 소식이 이어지는 등 호재가 계속되면서 올해가 상장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의 해운부문 계열사인 SM상선은 10일 올해 하반기로 추진 중인 IPO를 위한 계획을 밝혔다. 노선 확장 및 컨테이너 확충, 중고선 매입, 신조선 발주 검토,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SM상선 관계자는 “미주노선 영업력 확대 및 K-얼라이언스 참여를 통한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 확장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등 고체를 운반하는 벌크선 종합지수인 BDI는 지난 5일 기준 3266포인트로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재를 운반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SCFI 역시 지난 7일 3095.16으로 지난달 30일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2주 연속 3000선을 넘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올해까지는 이 같은 해운업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8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해운업황 침체 장기화로 상장을 미뤘던 에이치라인해운도 상장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전세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고 해상운임의 고공행진도 계속되는 등 업황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 해운사가 올해 안에 IPO에 성공한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해운사 상장은 2007년 KSS해운 이후 14년 만에 이뤄지게 된다.
연초부터 대형 수주 소식을 연이어 알려온 조선사도 이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올해 IPO 계획을 밝혔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8월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조선업황의 회복세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상장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대형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수주금액은 145억1000만 달러(약 16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억7000만 달러)보다 7배가량 많았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자 이 기술력에서 경쟁력을 가진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조선, 해운업황이 전반적으로 호황이다보니 IPO 도전도 활발해진 것 같다”며 “업계의 호황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 IPO 역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열된 시황은 언젠가는 가라앉게 마련이니 결국은 회사 본연의 체력과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