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세 명의 장관 후보자 거취를 둘러싸고 여당이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의견수렴을 위해 10일 소집한 의원총회에서도 ‘흠결은 있지만 결격사유는 없다’는 임명 강행론과 ‘세 후보자 모두 안고 가긴 어렵다’는 절충론이 맞부딪힌 까닭이다. 여기에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 후보자에 대한 발언을 문제삼으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절차를 보이콧하고 나서면서 인사청문정국은 갈수록 꼬여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거취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총에서는 온도차가 큰 의견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각 후보자를 검증한 해당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들은 “후보자 불찰로 인한 일부 흠결은 있지만 직무수행을 못할 정도의 결격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며 후보자들을 엄호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흠집잡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도덕적 흠결이 발견된 이상 세 후보자를 모두 안고 가긴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건 틀림없다”며 “과학기술계에 있는 분들 상당수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주셨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야당은 김부겸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 절차를 세 후보자 거취 문제와 연계시키고 나왔다. 국회 총리 후보자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실패한 건 아니다’고 단언했다”며 “이는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것이고, 위원장으로서 형식적인 인사청문 결과보고서는 채택하지 않겠다는 게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를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나오면서 여야의 신경전마저 가열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상임위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수 있지만 독주 비판이 부담이다. 한 초선의원은 “임·박 후보자 중 한 명은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 시간을 벌면서 야당과의 협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