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찬반 의견을 나열한 뒤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도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사면에 대해 기존보다 훨씬 열린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사실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다. 특히 또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또 국민들 공감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 당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누그러진 태도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검토 계획이 없다”라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8·15 광복절 사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른바 ‘문자폭탄’을 보내는 친문(친문재인) 강성당원들에게 “예의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을 향해서도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보내는 문자가 거칠고 무례하면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지지를 더 갉아먹는 그런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문자에 더 예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문자폭탄을 받는 정치인들을 향해서도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으로 참고하고,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또 문자로 의견 표출하는 것 자체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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